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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일 대방건설은 자산 총액 5조3260억 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대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린 것. 이날 대방건설과 함께 대기업으로 지정된 회사는 반도홀딩스, 아이에스지주, 한국항공우주산업, 쿠팡, 현대해상화재보험, 중앙, 엠디엠이다.
아파트 분양 및 공사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대방건설의 뿌리는 1991년 구교운(71) 회장이 설립한 광재건설이다. 1998년 대방건설로 사명을 변경하고 이듬해 장남 구찬우(48) 현 대방건설 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시작했다. 구 사장은 2009년 대방건설 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대방건설은 구 사장 체제 전환 후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한다. 2000년 연결기준 15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0년 200억 원대, 2015년 7000억 원대를 거쳐 2020년 2조2851억 원에 이르렀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기준 도급 순위 15위, 재계 순위 66위다.
계열사만 43개… ‘벌떼 입찰’로 고속 성장
대방건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배경으로 ‘벌떼 입찰’이 꼽힌다. 벌떼 입찰이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공공기관이 분양하는 공공택지 당첨 확률을 높이고자 다수의 종속회사가 동시에 입찰에 참여하는 행위다.
2020년 대방건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방건설 ‘그룹’엔 총 43개의 계열사가 소속돼 있다. 지배구조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먼저 대방건설 아래에 대방하우징㈜·디비건설㈜·디비산업개발㈜ 등 24개의 종속회사가 있으며, 또 다른 축은 대방산업개발 아래의 디아이개발㈜·디아이주택개발㈜ 등 12개 종속회사다. 그 외에 공시에 나타나지 않은 대덕하우징씨스템, 선남대방씨씨, 디케이일산, 디비일산, 지유인터내셔날이 있다.대방건설은 구찬우 사장이 71% 지분을 가졌으며 나머지 29% 지분은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 몫이다. 윤 대표는 구 사장의 여동생 구수진 씨의 남편이다. 대방산업개발은 구수진 씨가 50.01%, 친인척 김보희 씨가 49.99% 지분을 보유했다.
대방건설은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아파트 용지 입찰에 단체로 참여했다. 수주에 성공하면 시공권을 대방건설에 넘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6일 문정복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방건설과 그 계열사는 2010~2020년 낙찰받은 공공택지 2조729억 원 중 절반가량인 1조185억 원 규모를 계열사끼리 전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대방건설은 지난해 7월 파주 운정, 화성 동탄, 이천 중리 등 3개 사업지구 입찰 때 페이퍼컴퍼니 9곳을 동원한 사실이 경기도에 적발돼 자진 폐업 절차를 밟기도 했다.
벌떼 입찰은 자연스레 내부거래(계열회사 간 이뤄진 상품·용역 거래) 비중을 높인다. 지난해 11월 16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공개’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내부거래 비중 30.5%(평균 11.4%)로 71개 대기업 중 3위를 기록했다. 내부거래액은 1조600억 원이다. 회사 성장 속도와 내부거래액은 추이를 같이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찬우 사장이 취임한 2009년 내부거래액은 16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20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당시 경기도지사)는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도정을 하며 건설사의 부조리를 많이 봤다. 벌떼 입찰은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대방건설 “운영자금 부족해서…”
벌떼 입찰을 위해 우후죽순으로 만든 계열사는 운영 자금이 달려 모기업에 돈을 꾸는 경우가 많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지난해 1년간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대여’ 명목으로 계열사에 총 47건, 그중 12월 한 달에만 33건의 대출을 제공했다. 대출액은 53억~386억 원, 이자율은 모두 4.6%다.
전문가들은 “대방건설의 행태는 건설업계의 뿌리 깊은 부조리”라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건설회사들이 수많은 계열사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낙찰 확률을 높이는 건 광범위하게 행해진 관행”이라고 말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사세가 급격히 커진 중견 건설업체들은 벌 떼 입찰을 통해 성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사세를 급격히 키우다 대기업이 된 후 불거지곤 한다. 공정위의 본격적인 감시를 받으면서 하나둘씩 부조리가 밝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대방건설의 계열사에 대한 잦은 대출 제공은 관행이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지난해 말 몇몇 자회사가 부채비율이 높아져 재무건전성 악화 상태에 놓였다. 운영자금 긴급지원이 필요해 대출을 제공했다. 부동산 개발 및 공급 사업을 위한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 당사는 시공부터 시행까지 책임 분양을 실시하고 있어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다. 자회사 모두가 인원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으며 위법으로 처벌받은 적도 없다. 공시대상기업으로 지정된 지 얼마 안 됐다. 정책과 관련 규범에 대해 검토하며 자구책을 구하는 상황이다.”
“공정위 제재만으론 불충분해”
1월 4일 공정위는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부당 내부거래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주근 대표는 “벌떼 입찰을 하기 위해 만든 계열사에 대출을 제공하는 건 실질적인 내부거래라고 볼 수 있다. 현행 규정상 법정 이자율(4.6%)보다 저리로 대출해 주지만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어긴다 해도 규정 위반으로 발생한 차익에 따른 세금을 납부하면 끝이다. 공정위가 단속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상인 교수는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회사를 만들고 자금을 대여해 주는 것을 금지하긴 어렵다. 대방건설은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것이다.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보다 입찰로 얻는 이득이 큰 이상 단속이 가능할 리 없다. 계열사가 여럿이어도 동일 집단은 한 회사로 간주하는 등 법을 개정해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결책으로 공공택지 가격의 정상화를 꼽았다. 그는 “택지를 너무 저렴한 가격에 주니 문제가 생긴다. 가격을 시가 수준으로 매기면 무분별한 입찰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추첨제 방식을 경매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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